사랑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세상엔 '독일인의 사랑'이나, '좁은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류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환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책들이 고전이란 이름하에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반증한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희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진다. 도처에 널린 것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엇하러 그 먼지 쌓인 책들을 사서 읽겠는가? 쌓인 먼지를 털고 그 책을 집어들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환상이 가진 힘이다. 그것이 존재한다는 믿음, 그 믿음이 사람들을 환상이라는 신기루에 빠져들게 한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보여지는 것.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는 이름하에 놓여질 때 우리는 환멸을 느낀다. 아니, 책 속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그렇게 생생하고 절절한 이야기들이 왜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거지? 하고. 아마도 그런 환멸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고전을 잘 안 읽는 것이 아닐까.
비록 지금은 남녀간의 절대적인 사랑, 숭고한 사랑, 헌신적인 사랑이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고전적인 것이 되고 말았지만 나는 지금도 사람들이 그러한 사랑을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사랑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그 색깔을 달리 하지만 그 속에 있는 알맹이,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진부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어차피 사랑이란 진부할 대로 진부한 것이 아닌가. 그것이 비록 환상일지라도 나는 그 환상을 믿고 싶다. 그것은 실제로 있고 없고를 떠난 믿음의 문제이다. 그런면에서 사랑에 대한 믿음은 종교와도 비슷하다.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은 사랑 이야기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물론 황석영이라는 녹록치 않은 작가에 의해서 그려진 사랑은 흔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달콤한 사랑의 고백처럼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사랑이라는 환상과 그것을 무참히 짓밟는 시대라는 현실을 절묘하게 섞어서 감상이나 냉소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한편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나는 그가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그것을 더욱 절실하고 슬프게 묘사하기 위해 시대적 상황을 깔아놓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렇게도 사실적으로 묘사한 시대적 자화상들이 내 눈에는 모두 주인공인 오현우와 한윤희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로만 느껴진 것은 나의 오랜 애정결핍증 때문일까.
어느 순간 사랑하던 사람이 언제 올지 모를 곳에 갔다면,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삶이 그를 만나기 전과 그를 만나고 난 후로 나누어 진다면 그와 헤어지고 나서의 삶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연인들은 과연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혹은 한 때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그 후의 삶을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소설 속에서 한윤희는 오현우를 사랑하지만 그가 독재권력에 반대한 사상범으로 체포된 후 홀로 그의 아이를 낳아 키운다. 그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를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지만 그를 잊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와의 기억은 무거운 짐으로 남겨둔채. 그런 그녀의 삶은 무엇일까. 평생 못 만날지도 모를 그와의 기억을 끌어않은 채 살아가는 그 삶은.
또 다시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부질없는 물음을 던져본다. 그것은 진정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소설 속에서 한윤희가 오현우게 묻는다. 그렇게 찾던 오래된 정원을 찾았냐고. 그가 감옥에 가면서까지 추구했던 것은 무엇이고, 그것은 결국 이루어진 것일까? 그녀가 말한 오래된 정원이란 정말 존재하기나 한 것이었나. 누굴 향한 것도 아니고, 답이 존재하지도 않는 물음을 나는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마치 그 물음 속에 답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랑에 대한 모든 물음은 사랑 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나는 어떤 것도 정의 내리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 무엇하나 명확하지 못하다. 그 오래된 사랑에 대해 나는 아직까지 평서문이 아닌 의문문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런 사랑을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면 나는 기꺼이 어리석고 싶다. 그것이 존재하는 것이든 아니든, 사랑은 그것을 믿는 자에게만 보이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 오래된 사랑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이 세상, 혹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임을 나는 믿는다.
비록 지금은 남녀간의 절대적인 사랑, 숭고한 사랑, 헌신적인 사랑이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고전적인 것이 되고 말았지만 나는 지금도 사람들이 그러한 사랑을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사랑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그 색깔을 달리 하지만 그 속에 있는 알맹이,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진부하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어차피 사랑이란 진부할 대로 진부한 것이 아닌가. 그것이 비록 환상일지라도 나는 그 환상을 믿고 싶다. 그것은 실제로 있고 없고를 떠난 믿음의 문제이다. 그런면에서 사랑에 대한 믿음은 종교와도 비슷하다.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은 사랑 이야기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물론 황석영이라는 녹록치 않은 작가에 의해서 그려진 사랑은 흔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달콤한 사랑의 고백처럼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사랑이라는 환상과 그것을 무참히 짓밟는 시대라는 현실을 절묘하게 섞어서 감상이나 냉소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한편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나는 그가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그것을 더욱 절실하고 슬프게 묘사하기 위해 시대적 상황을 깔아놓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렇게도 사실적으로 묘사한 시대적 자화상들이 내 눈에는 모두 주인공인 오현우와 한윤희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들로만 느껴진 것은 나의 오랜 애정결핍증 때문일까.
어느 순간 사랑하던 사람이 언제 올지 모를 곳에 갔다면,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삶이 그를 만나기 전과 그를 만나고 난 후로 나누어 진다면 그와 헤어지고 나서의 삶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연인들은 과연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혹은 한 때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그 후의 삶을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소설 속에서 한윤희는 오현우를 사랑하지만 그가 독재권력에 반대한 사상범으로 체포된 후 홀로 그의 아이를 낳아 키운다. 그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를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지만 그를 잊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와의 기억은 무거운 짐으로 남겨둔채. 그런 그녀의 삶은 무엇일까. 평생 못 만날지도 모를 그와의 기억을 끌어않은 채 살아가는 그 삶은.
또 다시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부질없는 물음을 던져본다. 그것은 진정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소설 속에서 한윤희가 오현우게 묻는다. 그렇게 찾던 오래된 정원을 찾았냐고. 그가 감옥에 가면서까지 추구했던 것은 무엇이고, 그것은 결국 이루어진 것일까? 그녀가 말한 오래된 정원이란 정말 존재하기나 한 것이었나. 누굴 향한 것도 아니고, 답이 존재하지도 않는 물음을 나는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마치 그 물음 속에 답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사랑에 대한 모든 물음은 사랑 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이다. 나는 어떤 것도 정의 내리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 무엇하나 명확하지 못하다. 그 오래된 사랑에 대해 나는 아직까지 평서문이 아닌 의문문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런 사랑을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면 나는 기꺼이 어리석고 싶다. 그것이 존재하는 것이든 아니든, 사랑은 그것을 믿는 자에게만 보이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 오래된 사랑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이 세상, 혹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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