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

시월의숲 2005. 2. 13. 14:23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어요. 제가 소설을 읽는 재미에 빠진 계기가 바로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부터 였으니까 그의 신작이 나오자 망설임 없이 사서 읽게 되었죠.

 

  일단 그의 소설의 장점은 독특한 그만의 문체와 이야기의 재미에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소설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역시 빨리 읽히더군요. 빨리 읽힌다는 것이 장점이 될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자칫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 소설은 이전의 소설들 보다 얼마간 더 깊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벌써 이 소설의 줄거리 쯤은 대강 소개해 주는 글을 읽고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대강 줄거리를 소개한다면 이런거예요. 우선 이 소설은 외디프스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어요. 즉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누이(신화에는 누이와의 관계는 없지만)를 범하게 된다는 저주를 받은 15살짜리 한 소년(다무라 카프카)이 그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에서 가출을 한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해서 소년이 그 저주에서 벗어났느냐면 그렇지 못해요. 다만 신화와 다른점이 있다면 그 소년은 자신에게 내린 저주를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비록 자신이 직접 행한것은 아니더라도) 결국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그렇게 본다면 운명이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모래폭풍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듯 해요.

 

  하지만 작가가 정작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게 아닐 거예요. 운명이란 것이 어쩔수 없이 나를 옥죄어 오는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것일지라도 당당히 그 운명에 맞서라고 예기하고 있는 것이죠. 즉 어떤 거대한 운명(만약 그런게 있다면)이 나를 낯설고 어두운 곳에 떨어뜨려 놓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그대로 살아가라고 말이예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오죠.

  

"눈을 뜨면 너는 새로운 세상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