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 김연수

시월의숲 2005. 2. 13. 14:24
  작가 김연수는 70년에 태어난 저와는 나이가 딱 10년 차이가 나는 꽤 젊은 작가입니다. 책 표지에 실린 작가의 사진을 보니 뿔태안경을 낀 얼굴이 서른이 넘은 나이인데도 굉장히 어려 보이더군요.(저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듣지만...^^) 똑똑하게 생긴 작가의 최근 소설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를 읽었습니다. 참고로 이번 소설집이 동인 문학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설의 제목이 암시하듯 작가는 자신이 아이였을 때의 기억을 소설로서 또렷이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김천이 고향인 그는 70년대 자신이 살았던 공간과 시간들을 당시 시대상황에 맞추어 다시 살려내어 보여주며, 50~60년대를 지배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이념과 폭력 속에 살았던 여러 인간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흔히 우리는 요즘 소설이 자잘하고 가볍고 일상적인 것이 되어 간다는 우려를 하곤 합니다. 그 말은 세상이 그만큼 살기 편해졌고 예전처럼 극과 극으로 나뉘어 싸우던 절박한 상황이 사라지고 절대적인 것들이 붕괴되는 데서 오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절박한 상황 하에서 자라지 않고도 그 시대의 아픔과 나름의 삶을 가진 사람들을 따스하고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누가 우리에게 아픔이 없다 할 것인가!) 그 뿐만 아니라 7~80년대의 삶을 추억하면서 지금 우리의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촉매 역할도 충분히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도 경상도라서 이 소설에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의 대화들이 굉장히 정겹게 느껴졌고, 마치 추억의 앨범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록 작가와는 10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나지만 말입니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시기를 그린 소설들 보다 이 소설이 가슴에 더 와닿았던건 바로 지금 우리들, 젊은 우리들이 살아온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점,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