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의 아이디를 아프락사스라고 했다
그는 내게 특별한 존재였다
아직 데미안을 읽지 않은 난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프락사스가 뭔가요?
내가 물었을 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선과 악을 함께 지닌 존재란다.
그가 떠나가고
그와 함께했던 기억마저 희미해지고 나서야
나는 데미안을 읽었다
그때 알았다
사람은 모두 아프락사스란 것을
그는 한 마리 새였고
또 다른 아프락사스를 찾아 날아갔음을
깨어도 깨어도 겹겹이 쌓여있는 내 안의 세계
나는 얼마나 많은 알을 깨야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날아갈 수 있을까.
-200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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