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그런 사람

시월의숲 2005. 3. 20. 14:46

그런 사람이 있다

그는 특유의 싹싹함으로 무장하고

친절함과 미소를 무기로

나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나는 그 앞에서 드러난

알량한 자존심에 기분이 상하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에 어떤 이유가 있을까마는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그의 친절함이 싫다

해맑은 웃음이 싫다

너무 담만 쌓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아니, 나는 그 담을 사랑한다

낙엽이 바스러지듯 너무나도 쉽게

그 담이 무너지길 바라지 않는다

그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를 대할 때면 어쩔 수 없이

가식적이 되어 버리는 내가 너무도 싫지만

모든 것을 쉽게만 생각하는 듯한 그의 태도 또한 싫다

그런 사람이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

이유없이 꺼려지는 사람

나 또한 그에게 있어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200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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