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집착

시월의숲 2005. 8. 14. 23:04

도가 지나치다는 것,

그 수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어떻게 하면 집착하는 마음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인지.

순수한 관심과 끈적끈적한 집착,

그것이 과연 무를 베듯 단칼에 정의 내려질 수 있는 것이었던가.

 

오늘은 문득,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미련없이 떠나고 싶다, 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마치 짓무른 고름처럼 나의 내부 어딘가에서 터져나와

내 머리속을 꽉 채우고 있는듯 느껴졌다.

 

내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많은 생의 집착들이

지독한 거미줄이 되어 나를 옥죄이고 있다고,

어렸을 적 부터 나를 지배하고 있던 익숙한 생각들로부터,

익숙한 사람들로부터,

익숙한 집으로부터,

익숙한 나 자신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나는 오늘도 생각만 하고 있다.

집착하지 않으려는 집착을 하면서

집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나 자신을

나는 너무도 익숙한 눈길로

익숙한 냉소로,

익숙한 자학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하루를 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