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가할 때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서점을 자주 들락거린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은 예스24인데, 이리 저리 책 서핑을 하다가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리스트에 넣어 놓았다가 나중에 재정적으로나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한꺼번에 대여섯 권씩 사서 읽곤 한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식으로 책을 사본 횟수가 점차 줄고 있다. 내 리스트엔 읽고 싶은 책들이 쌓여만 가는데... 아, 이 궁핍한 삶이여~!
그렇게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보면 소개된 책의 아랫부분에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의 리뷰가 실려있다. 딱 들어맞진 않겠지만 대략 어떤 책의 리뷰 수가 많다면 그 책은 베스트 셀러였거나, 한창 베스트 셀러인 책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책에는 별 흥미가 가질 않는다. 그런 책들이 소위 말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라(난 그렇게 평할 자격도 수준도 되질 않는다) 그냥 내 개인적인 취향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많이 팔린 책들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책을 고르는 일차적 기준은 우선 제목(인 것 같다, 아마도...)이며 그 다음으로 내용이나 작가를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고른다.
내가 책을 고르는 또다른 기준은 바로 독자들의 리뷰이다. 그저 이 책이 좋다, 나쁘다, 혹은 비오는 날 읽으면 좋다는 등의 식의 단순한 리뷰가 아니라 좀더 전문적인 리뷰. 솔직히 출판사나 문학평론가들의 리뷰는 과잉친찬 일색이기 때문에(이것 또한 그들의 능력일 것이다!) 별로 신뢰가 가질 않는다. 그것을 믿고 골랐던 책들에게서 실망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물론 이건 내가 부족해서 평론가들이 해놓은 평가들을 헤아리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앞에서 언급했던 독자들의 짧으면서도 단순한 리뷰가 더 와 닿는다.
하지만 보다 나를 기죽게 하는 것은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과 지식, 섬세한 감성으로 무장한 독자 리뷰어들이다. 내가 찾은 몇몇 전문가 뺨치는 리뷰어들의 리뷰를 읽고 있노라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아,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쓸수가 있지? 아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들과 표현들을 만날때면 그들의 글솜씨에 탄복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징히 기가 죽는다. 왜 나는 그렇게 글을 쓸 수가 없는거야? 하고. 그럴때면 글이란 갈고 닦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그런 표현을? 그런 생각을?
이런 생각이 어리석은 것인줄은 안다. 기발한 표현의 기교만이 전부가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글을 볼 때면 기가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다.(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잖아...ㅜㅠ)
그래도 그렇게 기만 죽어 있을 것인가. 아니다. 그건 아니다. 그러한 자극이 없다면, 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다면 발전 또한 없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래, 부단한 노력, 그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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