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시월의숲 2006. 6. 3. 12:18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외진 별정 우체국에 무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이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른지도 모른다

 

'질투는나의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가루 속에 - 이용악  (0) 2007.03.26
10월 - 기형도  (0) 2006.10.01
서시 - 윤동주  (0) 2006.02.04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0) 2005.12.17
눈 내리는 벌판에서 - 도종환  (0) 200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