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꽃가루 속에 - 이용악

시월의숲 2007. 3. 26. 11:26

 

꽃가루 속에

 

 

                                               - 이용악

 

 

 

배추밭 이랑을 노오란 배추꽃 이랑을

숨가쁘게 마구 웃으며 달리는 것은

어디서 네가 나즉히 부르기 때문에

배추꽃 속에 살며시 흩어 놓은 꽃가루 속에

나두야 숨어서 너를 부르고 싶기 때문에

 

 

 

* * *

 

 

 

암울했던 시절,

누구보다 나라와 민족에 대해 아파하고,

유랑생활을 했던 시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이 시를 읽었을 때 '어, 이런 시도 있었구나!'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일도 아닌데.

이용악 시인이라고 위와 같은 감성이 없었으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예쁜 심성인 것을.

다만 그런 감성이 짓밟히는 것이 억울하고 분하고 슬펐던 것이겠지.

 

이제 곧 꽃가루 날리는 봄이 오리라.

언젠가 배추꽃을 본다면 위의 시가 생각이 나겠지.

그리고 급기야는 배추꽃 이랑을

숨가쁘게 마구 웃으며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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