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일요일의 아이

시월의숲 2006. 8. 7. 03:02

인터넷 카페나 플래닛 같은 곳에 왜 글을 남기는 것일까? 내가 하는 이런 행위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지 문득 의아해진다. 실제의 삶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의 전달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이 곳에서 나는 지금도 글을 남기고, 댓글이 달렸나 확인하고...

 

물론 변명할거리는 많다. 하지만 모든 변명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어쩌면 이런 허공에 지은 집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직접 스미는 바람의 감촉을 느껴보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내 바람과는 다르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이란 고작 딜리트키 한번만 누르면 영원히 사라져버릴 글이나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 아이러니라고 하는 것이겠지.

 

하긴 이런 디지털 세계에서 아날로그식 사고를 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일지 모른다. 슬픔을 덜기 위해 한글문서에다 '슬프다'를 빽빽히 쓰는(치는) 사람도 있으니. 어쩌면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슬픔과 그 슬픔을 푸는 방법을 익혀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사이버 세상에서는 그 룰이 로마의 법보다 더욱 가변적이겠지만.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내가 더욱 외로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점차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진정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딱 꼬집어 예기할 수가 없다. 바라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너무나 뻔뻔한 거짓말이라서 할 수 없다. 내가 가진 언어는 내 삶 만큼이나 궁핍하다.

 

바란다는 것은 기대를 가진다는 것. 그래, 난 분명 무엇을 기대하고 있다. 마치 일요일의 아이처럼. 안타깝게도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컴퓨터라는 것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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