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거칠었나?
내가 한 말은 아니고 내 친구가 한 말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 비로 날씨가 많이 선선해 진 것 같아. 이제 정말 가을같네."
라고 말하자 친구는,
"그래, 가을이지... 거지같은 가을..." 이라고 말했다. 나는 당황하여
"'개같은 가을'이라는 시는 들어봤어도 '거지같은 가을'이라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야, 근데 그것도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거지같은 가을이라..."
정말 그랬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왜? 라며 의아해했지만 이내, 아! 하며 느낌이 왔다. 그래,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이 가을을 그렇게 느끼게 했을 것이다. 내겐 감상적이고 명상적으로 다가왔던 가을이 어떤 이에게는 '개같은' 가을로, 또는 '거지같은 가을'로도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너무 비약적이겠지만, 그동안 난 내 안의 언어에만 너무 갇혀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 물은 결국에 썩듯이, 내 속에만 오래 머물러 나 자신이 썩어가고 있었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표현하고 싶었지만 생각해내지 못했던 가을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최승자의 시를 분석한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그것은 또다른 '진실의 추한 모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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