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봄 저녁 - 장석남

시월의숲 2007. 4. 7. 12:41

 

봄 저녁

 

 

 

                                         - 장석남

 

 

 

모과나무에 깃들이는 봄 저녁

 

봄 저녁에 나는 이마를 떨어뜨리며 섰는

목련나무에 깃들여보기도 하고

 

시냇물의 말[言]을 삭히고 있는

여울목을

가슴에 만들어보기도 하다가

이도저도 다 힘에 부치는

봄 저녁에는

 

사다리를 만들어

모과나무에 올라가

마지막 햇빛에 깃들여

이렇게, 이렇게

다 저물어서

사다리만 빈 사다리로 남겼으면

 

봄 저녁

 

 

 

-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중에서

 

 

 

* * *

 

 

시냇물의 말을 삭히고 있는 여울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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