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시월의숲 2007. 4. 28. 10:43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빗(碑)돌은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출전  <시인부락> 창간호 (1936)

 

 

 

 

* * *

 

 

 

처음 이 시를 읽고  아, 하는 탄성이 새어나왔다.

태양을 닮아 눈부시게 노란 해바라기가

내 가슴에 비명처럼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저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겠지.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지라도

언제나 태양을 동경하여 스스로 태양이 되어버린 해바라기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고 싶다.

아니, 그렇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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