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저녁
- 장석남
모과나무에 깃들이는 봄 저녁
봄 저녁에 나는 이마를 떨어뜨리며 섰는
목련나무에 깃들여보기도 하고
시냇물의 말[言]을 삭히고 있는
여울목을
가슴에 만들어보기도 하다가
이도저도 다 힘에 부치는
봄 저녁에는
사다리를 만들어
모과나무에 올라가
마지막 햇빛에 깃들여
이렇게, 이렇게
다 저물어서
사다리만 빈 사다리로 남겼으면
봄 저녁
-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중에서
* * *
시냇물의 말을 삭히고 있는 여울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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