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돌아와 두껍아!

시월의숲 2007. 7. 13. 12:12

예전에 우리 집에 두꺼비가 살았다. 평소엔 감쪽같이 몸을 숨기고 있다가 비만 오면 마당 한가운데 나와 제 안방마냥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에, 집을 드나들때마다 우리 식구 모두 화들짝 놀라곤 했었다. 특히나 비오는 밤의 두꺼비는 정말 그로테스크 그 자체였다. 크기는 또 얼마나 크던지!

 

사람이 옆에 가도 꼼짝도 안하고 막대기 같은 걸로 몸을 쿡쿡 쑤셔도 그저 느릿느릿 몸통을 옆으로 틀뿐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꺼비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것과 마당을 제 집처럼 점령하고 있는 모습, 사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 얄미워서 한 번은 빗자루로 두꺼비를 툭툭 건드려서 집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올 때마다 번번히 놀라는 것 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그런데 웬걸, 며칠이 지나고 또 비가 오던 날, 마당에 두꺼비가 여전히 떡하고 눈을 껌뻑거리며 있는 것이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고, 니 마음대로 해라 하는 심정으로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얼마전 마당 한켠에 있는 화단의  잡초를 뽑다가 또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다. 벽돌을 둘러 낮게 만든 화단 한 구석에 그 두꺼비가 웅크리고 있지 않은가! 잡초가 무성할 때는 몰랐는데 잡초를 뽑고 나니 선명히 드러나는 두꺼비의 거처! 그래 거기서 계속 살고 있었구나. 잡초를 뽑든 말든 역시나 꼼짝도 하지 않는 두꺼비를 무시하고 계속 잡초를 뽑았다. 그 이후로 비가 내렸던가.

 

요즘은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내리지만 두꺼비를 본 적이 없다. 그때 우리 식구들을 놀래키곤 했던 그 두꺼비는 어디로 간걸까? 그때 쫓아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물론 그 이후에도 우리집에 살긴 했지만. 자신의 집을 가려준 잡초를 뽑아버린 뒤 다시 볼 수 없었으니 아마도 그것 때문에 사라진 것 같다. 근데 이상하지. 갑자기 두꺼비가 보고 싶어 진다. 두꺼비가 상서로운 동물이라는 할아버지의 말씀 때문일까? 언제나 느긋한 태도로 속세를 벗어난 장군(?)처럼 마당 한가운데에 나와 있던 그 두꺼비가 자꾸 눈에 밟히는 것 같다. 그땐 미안했어. 돌아와 두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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