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시월의 마지막 날

시월의숲 2007. 10. 31. 11:59

누군가 그랬지

매 달 마지막 날에는

편지를 쓰는 거라고

 

하지만 편지를 써도 보낼 사람 없는

나같은 이는

어찌 해야 하는지

너는 알고 있니

 

나는 이미 안다

편지란

타인에게만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보낼 수 있다는 걸

나도 타인일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

 

그리하여 나는  쓴다

내가 나에게

쓰는 내가, 받는 나에게

쓰면서 받을 내용을 이미 다 알 수 있는

나만의 편지를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하여

 

나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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