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몸살

시월의숲 2007. 12. 24. 00:30

한바탕 몸살을 앓고 난 듯하다.

어제는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고,

오늘 집에 들어와서는 내내 잠만 잤다.

모처럼 찬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녀서 그런가?

어깨에 돌을 얹어 놓은 듯 무겁고,

걸어다닐 때마다 왼쪽 발목이 아팠다.

 

이젠 친구들을 만나도 즐겁지가 않다

모두들 저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우거지상을 하고 앉아 있는 꼴이라니

공통의 관심사도, 특별한 사건도 없는 우리들

허무한 농담들을 주고 받으며 헛웃음만 짓다가

씁쓸히 돌아서는 우리들의 만남

무엇을 위하여 우리가 만났던가,

추운 겨울 바람을 헤치며 먼 곳으로부터 온 우리들은

 

피곤하다

우리들의 무익하고 허무한 관계에서 나오는

참을 수 없는 한숨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감히 미래를 꿈꾸려 하기 때문인가

알 수 없다, 오로지

뼛속까지 찬바람이 들어간 듯 나는 춥기만 할 뿐

 

아직 봄은 멀리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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