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정리하다가 문득 예전에 온,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메일을 열어본다. 의외로 많다. 잊혀진 사람들이, 점차 사용하지 않는 이메일처럼 쌓여있었다. 내가 보낸 메일도 그들의 메일함에 먼지 덮힌 문서처럼 쌓여있겠거니 생각하니 왠지 서글퍼졌다. 그땐 그런 메일을 주고 받으며 미약하게나마 서로 관계를 맺었겠지. 영원하다 생각하진 않았다. 그럴 수도 없는 것이고, 또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므로. 하지만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몸과 마음이 멀어진다는 것은. 그 중 한 명에게 메일을 보내볼까 하는 마음에 편지쓰기를 클릭하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메일을 정리하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나서...'로 시작하면 어떨까, 너무 상투적인가,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예전에는 마음이 내키면 가벼운 마음으로 수다떨듯 메일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전화보다 메일을 더 좋아한 나였는데... 지금은 전화도, 메일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온전히 내 잘못이라면 잘못일뿐. 가끔씩, 정말 가끔씩 혼자있는 것이 견디기 힘들 때 마음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런 친구가 되지 못하면서 그렇게 바란다는 것이 이기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끔씩 그런 마음이 든다. 그렇게 약해진다. 지나간 메일을 뒤적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