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아닌 은둔,
고립 아닌 고립,
가난 아닌 가난...
요즘은 그런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물론 겉으로 보면 자발적인 것이 아닐지 모르나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자발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나가기 귀찮으니 은둔이라 할 수 있고
사람 만나는 것이 싫으니 고립할(고립이란 단어에도 능동형이 가능할까? 어쨌든) 수 밖에 없고
돈이 없으니 가난할 수 밖에!
그렇다고 지금의 생활이 싫은 것은 아니다
단순노동으로 약간의 돈만 지속적으로 벌 수 있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생활을 기꺼이 계속 할 생각이다.
하지만 내 이런 의지와는 다르게
내 주위에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있고
나는 그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으니
어떻게든 타지로 나가고 싶은 것도 지금의 심정이다.
하지만 어디에 가든
나는 자발적으로 은둔할 것이며
고립할 것이고 가난할 것이다.
그것이 세상을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없는 것이라고 해도
어렴풋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내 천성이라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