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타인의 블로그

시월의숲 2008. 6. 5. 22:22
팝송을 듣다가, 클래식도 듣다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도 좀 읽다가, 인터넷을 하다가 즐겨찾기 해놓은 타인의 블로그를 훑는다.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그런 느낌이 들 때 나는 타인의 블로그를 찾는다. 사실 그들을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금은 어떻게 그 블로그에 접속하게 되었는지조차 기억나질 않는다. 그것은 아주 우연히, 혹은 아주 필연적으로 접속에 접속을 거듭하여 생겨났다. 그들은 소설가이거나 영화평론가, 작가지망생, 혹은 특정 음악 마니아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지식과 생각, 취향에 맞는 글이나 음악, 사진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그들의 블로그를 몰래 훔쳐보는 것은 은밀한 재미가 있다. 그들은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그들이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엿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내가 그들을 안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여전히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영원히 나를 모를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관음증적인 습성일까? 이 일방적이고 단절된 소통의 방식!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수 있는 사이버공간은 더욱 외로운 공간일 뿐일까, 아니면 외로움을 덜어주는 공간일 수 있을까. 나는 타인의 블로그를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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