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망설임

시월의숲 2008. 6. 14. 14:43

제목을 달 때마다 무척이나 망설인다. 생각난 제목을 일단 입력해놓고 그에 맞춰 글을 쓰다보면 어느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전혀 다른 공간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고 있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면 처음 생각했던 제목과는 다르거나 전혀 상관없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글을 다 써놓고 제목을 지으려고 해봤는데,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대체 써놓은 글이 중구난방인 것이다. 나는 대체로 어떤 글을 쓸 때 한 가지 단어나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들을 쓴다. 그런데 쓰다보면 주제가 흐트러지고 급기야는 제목이 여러번 바뀌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 하루에 느낀 점을 글로 쓸 경우, 그냥 그날의 날짜를 제목으로 써 버리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글에 대한 제목으로 '20080614' 라고 쓰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그리 내키지는 않는다. 너무 무신경한 제목같기도 하고 의미없는 제목같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의미? 어떤 의미를 가지기 위해 내가 글을 썼던가? 제목을 붙여가며? 나는 소설가도, 시인도, 평론가도 아닌데! 누군가의 비아냥거림, 비웃음이 들리는 듯 하다. 하지만 이 곳은 나만의 나르시시즘으로 가득한 공간이기 때문에 나는 그 모든 비아냥과 비웃음을 무시하겠다. 아, 지금도 나는 무용한 나르시시즘과 무지로 범벅된 이 글의 제목을 그냥 '제목'으로 해야할지 '무제'라고 해야할지, '나르시시즘'으로 해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하고자 했던 말은 이게 아니었다. 나는 순간의 열정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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