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무엇이

시월의숲 2008. 7. 11. 23:01

오늘 금강산 관광을 간 50대 여성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을 당했다. 새벽 4시가 좀 넘은 시각에 그 여성은 호텔에서 나와 산책을 하다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군사보호구역에까지 들어갔는데, 북한군이 몇 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망을 가다가 총에 맞았다고 한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온갖 의심스러운 생각들을 머릿속에 떠올라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왜 그렇게 이른 아침에 동료들도 몰래 혼자 호텔을 빠져나와 산책을 했을까. 그리고 왜 들어가지 말아야 할, 군사보호구역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그곳으로 이끌게 했을까. 도대체 왜?

 

어쩌면 그 이유는 지극히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단순히 그 새벽 일출이 떠오르는 것을 금강산에서, 홀로,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외국보다 더욱 낯선 그 곳에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군사보호구역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어디선가 급작스럽게 들려온 경고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머지 도망가다가 총에 맞은 것이다.

 

아, 그래도 무언가 석연찮다. 그녀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었을까? 아니면 그곳에 얽힌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혹은 말못할 갈등으로 고뇌하고 있던 중이었을까? 여기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그 새벽,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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