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오늘 하루

시월의숲 2008. 7. 4. 21:59

무더운 날씨다. 저녁에 운동을 시작한 지가 이 주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집 근처 공원에 올라가 운동기구 몇 개 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는 좋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묵묵히 다니고 있다.

 

날씨가 무더워지니 이젠 저녁으로 운동다니는 것도 힘이 든다. 오늘은 특히나 습기가 많아 먼데 산이 뿌옇게 보일 정도였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마치 물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인라인을 타기도 하고 족구를 하기도 하며 배드민턴을 치기도 했다. 뭘 저렇게 열심히 하는지. 순간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쳤다. 나는 뭘 그렇게 비아냥대고 있는지. 그들의 발랄한 에너지에 잠시 질투가 났던 것일까?

 

집으로 오는 길에 '거리음악회'라는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공연을 잠시 보았다. 아마추어들이라서 그리 매끄러운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 수줍은 열정만은 부럽고 멋있었다. 그렇게 서서 듣고 있자니 새삼 색소폰 소리도 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침 배꼽시계가 격렬히 울리는 바람에 집으로 와야했지만.

 

저녁을 먹고 이를 닦다가 오늘도 칫솔을 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래 써서 벌어질대로 벌어진 칫솔모에 치약을 바르면서 내가 칫솔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지가 며칠 째가 되가는지 생각해본다. 언젠가 사겠지. 도대체 언제?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간다.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이야기를 하고,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운동을 하고, 씻고...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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