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바람이 분다

시월의숲 2009. 5. 28. 11:27

바람이 몹시도 분다. 오월도 다 지나가고 이제 여름의 문턱에 와있다고는 하지만, 오늘 부는 바람은 날짜에 상관없이 제법 싸늘하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커튼이 휘날리고, 가끔 창문도 덜컹거리고,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위협적으로 귓가에 들려온다. 나라의 대통령이었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인가. 굴곡많은 그의 삶을, 그 안타까움을 바람도 느끼고 있기 때문인가.

 

온 나라가 추모의 물결로 가득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비판하며 어이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무리들이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훗날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아, 역사라는 것도 결국 힘 있는 자의 펜으로 씌여지는 것이라면... 정의가 사라진 시대에 무슨 희망이 있겠냐고 누군가 그랬던가. 대한민국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결국은 경제, 돈 때문에 우리 모두가 눈이 멀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인간은 반성하는 동물이라는데, 결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서로의 생각을 좁히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을 가능하게 하고자 했던 한 무모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정말로,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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