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성석제 엮음, 『맛있는 문장들』, 창비, 2009.

시월의숲 2009. 7. 6. 14:49

 

 

 

이 책은 소설가 성석제가 여러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인상적인 문장들만을 골라 엮은 것이다. 그러니까 성석제에 의해 골라내어진 문장들. 그는 스스로를 문학집배원이라 칭하며 자신이 배달한 문장들과 자연스레 하나 되어 흘러가기를 독자들에게 주문한다. 그가 배달하는 문장들의 면면을 보면 우선 소설이 대부분이지만, 그 외에 에세이도 있고, 자서전도 있다.

 

우선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무척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이야기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며, 줄거리가 무척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다양한 작가들의 책에 담긴 인상적인 부분만을 가져와 엮은 책이니 그러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냥 아무런 부담없이, 아무런 생각없이 읽으면 된다. 줄거리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읽어야하는 압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생각날 때마다 책의 중간 쯤을 펼쳐서 읽어나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약간 성질이 급하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 경우, 책의 맨 앞에 실린 목차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을 찾아서 읽으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 사서 읽고 싶어지는 문장들도 있었고,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문장들도 있었다. 한 작가의 문장들이 끝나는 지점에 성석제가 느낀 감상도 적혀 있어 내가 느낀 점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모든 문장들은 저마다 각각의 육성과 색깔과 느낌이 있었다. 그러한 문장들의 다양한 아름다움에 한동안 빠져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렇듯 다양하고 맛있는 문장들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이렇듯 다양하고 맛있는 문장들 속에서도 나만의 맛있는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 문장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천하만사는 마음에 달렸을 뿐이네. 마음은 장수요, 기운은 졸개이니, 장수가 가는데 졸개가 어찌 가지 않겠는가?"(체제공 - '관악산 유람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