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2》, 휴머니스트, 2003.

시월의숲 2012. 2. 22. 21:37

작품은 더 잘 이해되어야 할 '객관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의미의 이해란 곧 독자가 작품을 자신에게, 말하자면 그의 현재와 미래에 관련시키는 거다. 따라서 그건 매번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작품의 의미는 시대마다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다. 예술 작품은 완제품이 아니다.(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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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에서 우리는 현실의 잡다한 사물들 속에 감추어진 사물의 참모습을 본다. 마치 플라톤이 이 세상의 사물을 보고 그것들의 이데아를 떠올리는 것처럼. 하지만 문득 우리는 그것들이 사실 우리가 늘상 보아왔던 바로 그거라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걸 새롭게 인식한 거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재인식'이다.(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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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중요시한 고전주의 예술에선 대상의 형태가 가장 중요했다. 색채는 단지 대상의 형태를 분명히 드러내는 수단일 뿐이었다. 하지만 현대 예술에선 대상성이 사정 없이 파괴된다. 형태와 색채는 대상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구성을 이룬다. 결국 고전주의 예술은 의미 정보를 추구한 반면, 현대 예술은 의미 정보를 단순화하는 가운데 미적 정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