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문학동네, 2008.

시월의숲 2011. 11. 6. 22:31

음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그 말은 나를 괴롭히지만 때론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의 건반을 누를 때마다 세상의 어떤 음악이 나를 관통한 다음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라진 음악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냥 사라져버리는 것일까?(「자동피아노」,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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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또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가 그 누군가의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 누군가의 그림은 또다른 사람의 밑그림이 된다.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여러 개의 끈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디제이인 것이다.(「비닐광 시대」, 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