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앙드레 드 리쇼, 《고통》, 문학동네, 2012.

시월의숲 2013. 6. 21. 20:02

또다시 밤이 시작되었다. 사랑을 나누기에, 그리고 신도 모르게 해치워야 할 일을 하기에 적당한 밤이었다. 밤은 연인들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철학자들,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범죄자 등 그 모든 신성한 무법자들의 피난처였다. 어머니가 될 처녀들이 앞치마 속에 배를 감춘 채 광장의 샘까지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날이 어두워지면 수치심도 사라지는 법. 이 책은 밤의 책이다.(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