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Lysdal - A Matter of Time

시월의숲 2018. 11. 1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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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가입한 인터넷 쇼핑몰에 넣어둔 음반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낯선 이름의 음반을 발견했다. 나는 어디선가 음악을 듣거나 책의 리뷰 등을 읽고 마음에 들면 일단 리스트에 넣어두고 나중에 한꺼번에 사는 편인데, 그렇게 사려고 했던(그러니까 그 시절, 그 상황에서 일정 부분 내 마음을 훔쳤던) 책이나 음반이 쌓여가고 있어서 언젠가 한 번 정리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새로 나온 책들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리스트에 넣고 오래전에 리스트에 넣어놓았지만 아직까지도 읽거나 듣지 않고 있는 책과 음반(그것들 중 대부분이 이젠 품절이 되었다)을 과감히 삭제하고자 사이트에 접속해서 리스트를 보고 있는데, 이 음반이 있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 음반이 리스트에 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음악이었는지 전혀 상상조차 되지 않아서 리스달(Lysdal)이라고 하는 뮤지션의 이름을 유투브에 입력한 뒤 검색 버튼을 눌렀다. 그랬더니 이 뮤지션의 노래 중 'A Matter of Time' 이라는 노래가 이은주, 한석규가 주연한 영화 <주홍글씨>에 삽입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주홍글씨>를 보았음에도 전혀 그 음악이 생각나지 않았고, 음악을 듣고 나서도 여전히 처음 듣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내 기억이란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나는 <주홍글씨>를 보았고(그건 확실히 알 수 있다), 그 영화 속 리스달의 음악을 인상 깊게 느꼈을 것이고, 그래서 급기야는 리스트에 넣게 된 것이겠지. 그랬을 거라고 짐작하는 수밖에 달리 내가 지금 알 수 있는 건 없다. 기억이란, 망각이란 이렇게 신기하고 어떨때는 신비하기까지 하다. 어쨌건 나는 지금 리스달을 듣고 있고, 그의 음반은 아직 품절되지 않았다. 변명같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