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라짐이 이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도 슬픔을 가져다주지 않고, 그 어느 누구의 마음에도 공백을 만들지 못한다 해도, 혹은 그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조차 못한다 해도, 그것은 나 자신의 문제다. 분명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으며 살아왔다. 심지어 더 이상 잃어버릴 만한 것이 나 자신 이외에는 이제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내 안에는 상실된 것들의 잔재가 앙금처럼 남아 있어, 그것이 나를 여태껏 버텨오게 해 준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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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여태껏 버티게 해 준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지금까지 나를 살게 한 걸까.
나 역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으며 살아오지 않았나.
내 안에 상실된 것들의 잔재가 앙금처럼 남아서,
그것이 나를 여태껏 버티게 해 준 것일까.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나는 지금까지 살아서 버티고 있다.
잘 버티고 있는지 아닌지 의심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름 잘 버텨왔다는 것일 테니까.
중요한 건 그것이다. 다른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2021년이 갔고 2022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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