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멀리

시월의숲 2022. 1. 16. 14:08

우리는 바다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해서 앞으로 갔다. 바닷가에 차를 세워두고 골목길 안쪽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 생선구이로 저녁을 먹었다. 나는 내가 바닷가에서 자랐노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리고 불현듯, 지금은 사라진 공항을 찾지 못해 깊은 밤을 방황하던 두려운 베를린의 11월에 대해서도. “그 공항은 마치…. 감옥처럼 보였어요.” 하고 내가 말했다. 그러자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있는 오래전 여자 친구 이야기를 했다.

 

“35년 동안 나는 적어도 일년에 한 번은 그녀를 면회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갔죠. 작년에는 당신이 말한 바로 그 베를린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갔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어떤 생의 예감에 내 내면의 빈 방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35년이나 그녀는 감옥에 있었군요! 도대체 그녀는 무슨 짓을 했길래!”

 

“비행기를 납치했죠.”

 

친구는 생선구이를 양 손으로 들고 살을 뜯어먹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식당 주인이 와서 문을 닫아야 한다며 나가 달라고 요구할 때까지, 말끔하게 뜯어먹은 생선의 등뼈를 접시에 가지런히 내려놓으며, 그는 자신이 젊은 시절 여행한 먼 나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닷가의 밤이 깊었다. 어느 일순간, 삶은 섬뜩하게 아름답고 충만했다. 대화 도중 나는 당시 막 쓰기 시작했던 소설 이야기를 했다. 제목을 <북쪽 거실>이라고 붙일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어떤 내용이냐고 친구가 물었다. 하지만 나는 소설의 첫 페이지를 겨우 시작한 참이었으므로, 아니 사실은 겨우 제목 정도만 막 생각해둔 상태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떠오른 대로, 그 어디로도 가지 않았던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것을 질문했다.

 

“내가, 프랑크푸르트에 있다는 당신의 여자 친구 이야기를…. <북쪽 거실>에 써도 될까요?”

 

그는 생선 기름이 묻은 손가락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이번에 독일로 돌아가면, 그녀에게 다시 가 보려고 합니다. 그녀에게 물어볼게요. 그래서 좋다고 하면, 그녀에 관해서 전부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그것을 <북쪽 거실>에 쓰게 되겠죠.”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내가 어느날 멀리,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멀리, 거의 브라질과 같은 나라까지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하고 그가 물었다.

 

나는 정말로 멀리 간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없이 손가락으로 눈앞의 검은 바다를 가리켰다.

아니 맞아요, 당신은 멀리 가게 될 겁니다.

저렇게, 멀리. 왜냐하면.

 

 

(배수아, '멀리' 중에서, 출처-[3월의 말] 멀리 | 배수아 | | 낯선 소설의 집 (leeinseong.pe.kr))

 

 

*

35년이나 감옥 생활을 한 여인과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를 만나게 될 거라는 예감. 결국 우리는 그 어디로도 가지 않았던 한 여자의 이야기인 <북쪽 거실>과 '거의 브라질과 같은 나라에 가게 될지도 모를'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를 만나게 되었음을. 그 '섬뜩하고 아름답고 충만한' 시작이 여기 있었네.

 

"당신은 멀리 가게 될 겁니다.

저렇게, 멀리. 왜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