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월의숲 2023. 1. 19. 22:11

참 이상하지.

 

퇴근길에 셀프 주유소에 들렀다. 주유기를 차에 꽂고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는데, 거기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데 불현듯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앞뒤 맥락도 없이 갑작스레 떠오른 그 생각에 나는 좀 당황스럽기까지 했는데, 쓸데없이 감상적인 생각도 생각이지만, 왜 하필 '나'가 아니라 '우리'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였을까? 주유를 하고 집으로 오는 내내 나는 그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닐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살면서도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것.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은 짐작일 뿐), 알 수 없는 채로 끊임없이, 어찌 되었든 움직이고 있다는 것. 마치 움직임을 위하여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들었을 때 문득 내 시야로 들어온 가로등 불빛을 등진 나뭇가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당연하면서도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