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저가 《생의 한가운데》에서 그린 니나라는 여인 초상은 매우 특이한 초상화다. 그러나 온갖 것의 본질은 그의 특이성 속에 가장 뚜렷이 표현되는 것이므로 이 초상화 속에서 우리는 여자의 모든 문제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 전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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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분명히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를 민음사 판으로 읽었는데, 책을 찾아보니 없다. 아마도 대여해서 읽었던 것 같다. 우연히 전혜린의 글들을 읽고 그 책이 생각났다. 그래, 처음 내가 알고 있던 제목도 '삶'이 아니라 '생'이었다. 《생의 한가운데》.
'생'과 '삶'은 같은 말이지만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첫 만남이란 그 인상이 무척 강하면 강할수록 그 이후의 나를 지배하곤 하는데, 이 책의 제목이 그렇다. 나는 《삶의 한가운데》도 좋지만, 어쩐지 이 책에서만큼은 《생의 한가운데》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낡고 빛바랜 책표지에 싸인 《생의 한가운데》를 보았던 기억이 선명하므로. 그게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저 제목만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이제야 전혜린 번역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을 차례인가? 이 또한 어떤 우연도 우연히 일어나지는 않는 일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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