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검은잎

단상들

시월의숲 2023. 4. 29. 15:41

*

가지기 전에는 그리도 빛나 보이던 것이 막상 가지고 나면 금방 시들어 버린다는 것을 너는 미처 알지 못한다. 너의 열망이 크면 클수록, 그 열망으로 인해 어느 순간 네가 견디기 힘들어지게 될 것임을. 미리 알 수 없으므로 우리는 고통받는다. 하지만 안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20230417)

 

 

*

'아무 몸도 아니고 아무 사람도 아니고 아무 사물도 아니며, 아무 곳, 아무 시간에도 있지 않은' 상태란 어떤 어떤 상태일까?(20230420)

 

 

*

첫 문장이 아니라 마지막 문장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니. 그 모든 이야기의 끝에 다다른 문장을. 시작의 끝과 끝의 시작을.(20230423)

 

 

*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기쁨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듯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슬픔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슬픔을 느끼는가. 나는 헤아릴 수도 없는 당신의 슬픔과 당신은 절대 모를 내 슬픔의 간격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20230424)

 

 

*

언제나 최악을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처한 상황이 그리 최악은 아니라는 안도가 그 아래 깔려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러다 갑작스레 내 목덜미를 낚아채는, 사나운 폭도 같은 슬픔.(20230424)

 

 

*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내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나는 나에 대한 이야기밖에 알지 못하지 않는가. 내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것도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내 이야기가 나를 더 슬프게 하다니. 언제나 침묵이 답이라는 걸 나는 왜 자꾸만 잊어버리는지.(20230425)

 

 

*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요.(20230427)

'입속의검은잎'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상들  (2) 2023.06.17
단상들  (0) 2023.05.21
단상들  (4) 2023.04.09
단상들  (0) 2023.03.30
단상들  (5)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