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말인 '인생'과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인 '시'에 대하여(신형철, 『인생의 역사』)

시월의숲 2023. 6. 10. 20:55

 
'인생'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말이다. ···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 신형철, 『인생의 역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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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코 쉽지 않은 말을 생각보다 쉽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의 문장을 통하면 꽤 어렵게 느껴지던 '시'도 생각보다 쉽게 혹은 다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무척 자상하고 사려 깊은 선생님 같은데, 마치 오래전 내가 무척 좋아했었던 것만 같은 그런 선생님 말이다.
 
시를 이야기하면서 인생의 역사라는 제목을 달아놓았다. 그의 탁월함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말'과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혹은 기꺼이 알게 만드는 데 있다. 그는 분명 시인이나 소설가는 아니지만, 언어의 예술가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8쪽)
 
책 속의 문장이다. 나는 요즘 오래전에 읽었던 시집을 다시 읽으며 그것을 몸소 느끼는 중이다. 『인생의 사용』이라는 시화집에는 저런 문장들로 가득하다. 나는 이 책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다. 그저 그것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 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