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당신이 사람에 대해 하는 말

시월의숲 2024. 1. 6. 16:04

누군가 내게 말했다.

 

"당신이 사람에 대해 하는 말은 믿을 수가 없어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사람을 좋게만 말하니까요. 그 사람의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하죠.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그게 어떤 이들에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거죠."

 

"어떤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가요?"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누군가 당신의 말만 듣고 어떤 사람을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의 단점에 대해서도 말했다면 상대방은 다시 한번 더 생각을 했겠죠."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겨우 이렇게 말했다.

 

"그게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는 되도록이면 그 사람의 장점만을 보려 하는 편이라... 저라고 모든 사람들을 다 좋게 보지는 않아요. 그 사람의 단점이 무엇인지도 알지만, 그걸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요. 그게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어떤 편견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니까요. 그 사람의 여러 가지 면들이 나에게는 이렇게도 다가오고 누군가에게는 저렇게도 다가올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나는 점차 말이 많아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내 입에서 나온 말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내가 하는 말 같지가 않았다. 내가 아닌 내 안의 다른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건 뭘까?

 

어쨌거나 내 이런저런 변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하는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좋게만 말하는 것은 혹여 내가 그 사람에게 당할지도 모르는 비난을 피하려고 함은 아닌가. 나는 그게 싫어서 그저 좋다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좋은 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인가. 누군가의 판단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 적절한 것인가. 이런저런 의문 때문에 나는 한동안 심란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 누구에게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