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꽃의 부름

시월의숲 2024. 4. 5. 23:28

 

 
어차피 주말이라고 집에서 나오지는 않을 거니까 오늘 벚꽃을 봐야 해! 
 
일터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동료들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작은 강이 흐르는 둔치에 벚꽃이 활짝 핀 것이다. 다음 주면 벌써 진다고 아쉬워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는 동료들과 함께 그 길을 걸었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먹거리를 파는 리어카가 부쩍 많이 보였다. 둔치에는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꽃의 부름에 응답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우리들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천천히 걸으면서 만개한 벚꽃을 감상했다.
 
원래부터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벚꽃 사진은 유난히 더 그런 것 같다. 그냥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그 느낌을 어떻게든 사진에 담아보고 싶어 이리저리 찍어 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어떤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포착할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내 실력의 모자라서?(후자일 경우가 거의 100%라고 봐야겠지만) 어쨌거나 벚꽃을 보았다는 사실에 의미를 둔 사진 정도로 보면 되겠다. 혹은 실패의 증거로서의 사진이라고 해야 할까? 더 의미 찾기를 했다가는 구차해질 뿐이라는 걸 알기에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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