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멀리 있다

시월의숲 2024. 4. 1. 22:08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은 모두 멀리 있다. 언제나 그랬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기다리는 것. 기다린다는 생각 없이, 마치 잊었다는 듯이. 누군가는 절실함이 없다고 하리라. 그렇게 보고 싶으면 아무리 멀더라도 직접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다. 직접 가서 볼 만큼의 절실함이 없다는 건, 내가 그것을 절실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은 뜻일지도 모른다. 헌데 정말 그런가? 나는 그것이 늘 의문이었다. 그저 좋아함의 정도가 다른 게 아닐까? 어쨌건 나는 기다린다는 의식 없이 기다릴 것이고, 거의 잊고 있다가 문득 그것을 떠올릴 것이다. 나는 딱 그만큼의 좋아함이 좋은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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