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다녀오셨어요?"
나는 그때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고 있었다. 원장 선생님의 그 말에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나는 아직 다녀오지 않았고, 다녀올 계획도 없었기에 대답을 머뭇거렸다. 그때 내가 먼저 떠오른 생각은, 가족들이 언제 시간이 되는가,였다. 그러니까 나는 휴가라는 것을 늘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내 머뭇거림을 알았는지, 미용실 원장 선생님은 뒤이어 말했다.
"가족들과 보내는 휴가 말고 자신만을 위한 휴가 말이에요."
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고, 이내 멍한 기분이 들었다. 휴가라는 것이 가족들하고만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그 자명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아... 나만의 휴가...' 나는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 '나만의 휴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한 휴가를 보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도 나만의 휴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서,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휴가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원장 선생님은 내 이런 중얼거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이 다녀온 여행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응대를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나만의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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