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치마를 입은 이상(李箱)

시월의숲 2024. 7. 24. 21:09

 

 

시인 이상이 치마를 입고 찍은 졸업사진을 본 적 있는가. 나는 그 사진을 무척 좋아한다. 단순한 코스튬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건 그가 택한 전복이 마음에 든다. 사진 속의 진지한 표정도, 그의 시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성정도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한국 문학사상 가장 현대적인 시인이었던 그가 이러한 차림으로 흑백사진 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김선오, <논바이너리적 시 쓰기> 중에서)

 

 

*

그래서 찾아보았다. 맨 앞 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시인 이상이다. 정말 그는 꽤 진지한 표정이다. 김선오 시인의 말처럼, 나 역시 이 사진을, 치마를 입은 이상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0) 2024.08.15
여름밤, 팔월  (0) 2024.08.02
휴가는 다녀오셨어요?  (0) 2024.07.15
돌이킬 수 없는 예감  (0) 2024.07.13
정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 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