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백골단을 자처하는 자들이 어느 국회의원의 주도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건 정말 아닌데 싶어 화가 났다. 며칠 뒤 아버지를 만나 그때 보았던 뉴스 이야기를 하는데 그만 버럭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아니, 내가 생각했던 '이건 아닌데'가 바로 아버지였다니! 나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닌데,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내 아버지인데,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하시겠지 싶었는데, 정말이지, 아닌 건 아닌 거였다. 아버지를 상대로 이게 뭔가 싶어 흥분을 가라앉히고 갑자기 소리를 질러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래, 화가 나면 지는 거라고 했다. 아버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이기기 위해서, 나는 나를 다스릴 필요가 있다.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21세기에 백골단이 마치 정의의 용사라도 되는 듯 고개를 쳐들고 나오는 세상에서?
참, 요즘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도 없는 것 같다. 상식 밖의 언행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버젓이 튀어나와 세상에 공해를 일으키는 것을 듣고 있어야 하니, 피폐해질 수밖에. 그래도 놓지 말자, 정신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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