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뜨겁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시월의숲 2025. 1. 15. 23:41

겨울숲은 서걱서걱 소리가 난다. 물기 없는 마른 가지들과 종잇장처럼 마른 이파리들이 서로 부대끼며 내는 소리. 하루종일 모니터만 노려보다가 오후에 잠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숲의 소리를 듣는다. 감았던 눈을 뜨고 저 멀리 산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구나. 그렇게 서서 겨울을 바라보고 있구나. 그래, 나는 살아 있구나. 뜨겁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았구나  (0) 2025.01.15
아닌 건 아닌 거라고  (0) 2025.01.13
모든 책은 읽히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0) 2025.01.12
2025년이여 오라!  (2) 2025.01.01
늘 그렇듯 문제는  (2) 202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