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2025년이여 오라!

시월의숲 2025. 1. 1. 18:12

2025년 새해 첫날은 감기 기운과 함께 시작되었다. 어제부터 피로가 갑자기 몰려오더니 오늘 눈을 뜨니 몸이 무겁고 목이 아팠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으면 기분이 좋아야 할 텐데, 불쾌한 기분으로 새해 첫날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핸드폰에는 자는 동안 날아온 카톡과 문자가 가득 쌓여 있었다. 부지런한 이들은 새해 첫날 일출 사진을 찍어 올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를 했다. 나는 속초와 영덕, 울릉도 등에서 찍어 올린 일출 사진을 보며 저것이 새해 첫 태양이구나 생각했다. 다들 열심히, 삶을 의미 있게 누리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싶었다. 그에 비해 나는 시간이 가는지 오는지 크게 상관하지 않은 채로,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는 몸서리치며 각지에서 올라온 일출 사진을 - 결국엔 다 같은 태양을 - 심드렁하게 바라보았다.

 

내겐 휴일이라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오늘, 새해의 다짐이라는 걸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매년 그렇듯이(어쩌면 새해 다짐이랄 것도 없이) 나는 작년보다는 좀 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트위터에서 본 짤이 생각난다. 책을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말은 '지적 허영'이 아니라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라고. 그 짤을 보고 나는, 내가 다름 아닌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었다니!라고 웃음을 터뜨렸다가 이내 씁쓸해지고 말았다. 출판계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그렇겠지만, 나는 내 입장에서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고쳐 말하련다. 나는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독서계의 빛과 소금이고 싶다고. 내가 사놓은 무수한 책들이 - 내가 읽음으로써 - 나 자신에게 빛과 소금이 되기를. 그러니 새해에는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모두 다 읽을 수 있기를. 그것은 언제나 내 바람이었지만, 새해를 맞이하여 조금 더 간절하게 바라게 되는 것이다.

 

2024년은 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척 험난한 시기였다. 한동안 이 어둠은 계속되겠지만, 2030들의 응원봉이 희망이 불빛이 되었듯, 우리는 또 그 불을 들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고, 나 역시 묵묵히 내 일을 해나갈 것이다. 알 수 없으니 재밌는 세상이 아닌가. 많이 답답하면 답답한 대로, 슬퍼하며, 기뻐하고, 소리칠 수 있는, 2025년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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