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인간이란 모두 어딘가에 더해진 존재이다

시월의숲 2025. 3. 9. 17:04

 

 

이 문장이, 이승우의 소설 《그곳이 어디든》의 맨 앞장에 나와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의 기쁨보다, 어디선가 보거나 읽은 것, 한 번쯤 들어본 것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더 큰 반응(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건 '인간이란 모두 어딘가에 더해진 존재'이기 때문일까.

 

내가 이승우의 《그곳이 어디든》을 갑자기 들춰보게 된 건, 같은 작가의 산문집 《고요한 읽기》 때문이었다. 그 책에 《그곳이 어디든》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이승우가 쓴 산문집을 읽고 그가 쓴 다른 책들이 뭐가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물론 내가 가지고 있고, 읽은 책들 말이다.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 하지만 언젠가 읽었던 것이 분명한 - 그의 소설들을 보면서 그의 책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어딘가 좀 이상한 일일까. 아무튼, 역시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 에밀 아자르의 《가면의 생》 속 저 문장이 내 '감추어진 동굴' 속 어떤 문장들을 건드린 것이 틀림없다. 

 

읽었지만 결국 잊히게 되는 모든 책들이 과연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렇듯 한 문장 혹은 한 단어만으로도 무언가를 환기할 수 있다면, 떠올릴 수 있다면(그것이 그 책의 내용과 전혀 다른 무엇일지라도) 그것으로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의미란 부여하기 나름이니까.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니까.

 

그래서 결론은, 인간이란 모두 어딘가에 더해진 존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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