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도래하면 나는 슬퍼진다. 원래는 한여름의 작렬하는 태양이 환하게 비치면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위안을 얻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상태로 생각하고 느끼는 내 감각의 영원히 묻히지 못한 시신들과, 외부에서 거품처럼 부글거리며 넘쳐나는 삶들 간의 대비가 너무도 날카롭다. 이것은 우주라고 알려진 국경 없는 조국에서, 비록 내가 직접 탄압을 받는 건 아니지만 영혼의 비밀스러운 신념이 모욕당하는 그런 폭정 아래 살아가는 느낌이다. 그리하여 나는 서서히, 미래의 불가능한 망명을 막연히 그리워하게 된다.(769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 페소아가 슬퍼한 여름이 이제 가려한다. '영혼의 비밀스러운 신념이 모욕당하는 그런 폭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