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 색빌웨스트라는 이름을 버지니아 울프 때문에 알게 되었다. 아니, 그 둘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알게 되었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어쨌든 버지니아 울프만 알고 있었던 내게, 울프의 소설 『올랜도』의 실존 인물이었다고 하는 비타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그의 소설을 찾아서 읽었다. 이 소설은 역자가 말한 것처럼 '남편과 사별하고 자기만의 평온을 찾아 나선 여든여덟 살 노인'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레이디 슬레인은 총독 부인으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명예와 부를 누렸지만,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모든 열정이 다하고 난 뒤에 찾아온 그것을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