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으로 보자면 내 생은 지극히 단순하다. 꿈과 같은 내면의 삶을 묘사하는 일이 운명이자 의미이고, 나머지는 전부 주변적인 사건이 되었다. 삶은 무서울 정도로 위축되었고, 점점 더 계속해서 위축되어간다. 그 어떤 일에서도 이처럼 큰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29쪽) 꿈을 기록할 수 있을까. 꿈을 꿀 때는 그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만져질듯 생생한 느낌에 사로잡히지만, 깨고 나면 꿈의 잔해, 앙금처럼 남겨진 감정의 찌꺼기만이 남아 있는데. 원인과 결과도 없고, 줄거리도 없으며 언제나 어떤 상황 속에 던져진 채 쫓기는 장면만이 가까스로 생각날 뿐인데. 왜 쫓기는지, 무엇 때문에 그리 급박한 상황에 내몰려야 하는지, 왜 불안함과 슬픔만이 느껴지는지 알지 못한 채. 알 수 없기 때문에, 꿈을 꾸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