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뮤와 스미레의 사랑이야기인데 어디서나 볼수 있는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남녀간의 사랑보다 더 기묘한 분위기가 풍기는 것은 둘다 여자라는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이 소설은 동성애를 찬양하거나 혹은 멸시하는 그런 따위의 글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아메바적인 사고가 아닌 '자신이 누구인가'에 관한 깊은 고찰을 담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제가 이 소설의 제목을 봤을때는 스푸트니크라는 것이 사람 이름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스푸트니크라는 것은 러시아에서 최초로 우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이었습니다.
인공위성은 우주라는 한없이 무한하고 또 한없이 고독한 공간속에서 지구주위를 돕니다. 그런 인공위성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을 알고 있지만 정작 그 자신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수 있을지, 자신이 얼마나 고독한지 알수 있을까요.
스미레의 뮤에 대한 사랑은 인공위성처럼 지구주위를 돌수 밖에 없는 한없이 고독한 사랑이어야 할까요?
이 소설을 읽고 우리도, 우리네 삶도 인공위성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인공위성이 자신의 인공위성과 만나려면 지구 한바퀴를 돌아야 하듯이, 돌고 나서도 만나는 순간은 찰나, 잠시 스쳐 지나가 버리는 것이 우리네 만남이 아닐런지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정말 행운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들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거든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만날수 있는 절실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십시요. 그러면 만남 그 자체로도 전 우주를 느낄수 있는 엄청난 행복이라고 느낄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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