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독서

상실의 시대

시월의숲 2005. 2. 13. 14:07

 

TV광고 중에 춘천가는 기차라는 배경음악이 흘러 나오고 기차안에서 어떤 여인이 상실의 시대라는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슨 휴대폰 광고 였는데...
암튼 그동안 잠잠하다가 그 광고 이후로 다시 이 책이 베스트 셀러 자리에 올랐더군요. 좀 우습더라구요. 역시 광고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 중에 가장 사실적으로 쓰여진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대게(내가 읽은 것에 한해서) 비현실적인 등장인물이랄지 상황 설정이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이 소설은 지극히 사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작가도 이 책에서 말했지만 정작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었일까요?
작중화자인 나는 나오코를 좋아하지만 나오코는 죽은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그렇다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것도 아니면서) 또 미도리는 그런 나를 좋아하고...
정말 사랑이라는 건 절대적인 것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다 같은 사랑인데 누구의 사랑이 더 크다던지, 더 희생적이라던지 하는 등급을 매길수 있을까요? 사랑은 다 같은 것이 아닐런지요. 책을 읽으면서 줄곳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도 절대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고 싶지만 그건 왠지 요즘 세상엔 비현실적인 망상이 아닐런지... 그렇다고 제가 바람둥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요즘은 절대적인 어떤것이랄지 숭고한 것, 아름다운 것 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상실됩니다. 종국에 가서는 남아있는 것이라곤 없겠죠.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고 해도 나오코가 그 사랑을 잃은 것처럼 결국에는 어느 시점에서든지 상실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영원한 것은 없죠. 하지만 나오코는 그 상실된 것을 망각이라는 물에 흘려 보내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결국은 자신도 죽고 말죠.

'나'는 또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합니다. 시간이라는 약이 상실된 나오코에 대한 아픔을 잊게 해주겠죠. 그리고 미도리라는 또 다른 여자 친구가 생겼으니 말이죠.
어떤 면에서 상실이라는 것은 또 다른 것을 얻는 일인것도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는 진정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