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라는 작가의 최근작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를 읽었습니다. 책 표지에 이 작가에 대한 이미지로 청바지를 닮은 작가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그걸 보고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 졌습니다. 실제로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서른이 훨씬 넘은 나이데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낮에는 공무원으로 또 남는 시간에는 소설을 쓰며 지낸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생활(two-job족)을 동경해 온 탓에 배수아라는 소설가가 막연히 좋아지더군요. 그래서 이책도 나온 즉시 사게 되었죠.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생활과 독신녀에 대한 생각 등을 그대로 글로 쓴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이 작가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결혼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남의 집 불구경하듯 읽어 나갔지만 읽을수록 주인공의 심리에 내 심리를 담아 보게 되고 조금이나마 독신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건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사회적 통념과의 싸움이었으며 또한 외로움과도 동의어였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초이스라고 한다면 결혼이라는 것도 선택할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독신녀에게는 당연한 결과이겠죠. 사촌 동생 금성에게 '딜도'를 선물받고 당장은 농담을 하지만 눈물을 보일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현실인 것입니다. 작가는 주인공 유경의 입을 빌어 연애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탈연애주의'라고 선업합니다. 그것이 결혼적령기(정말 그런 시기가 있다면)를 훨씬 지난 노처녀의 변명, 혹은 히스테리로 들리지 않고 한 인간이 지닌 본연의 목소리(사회적 통념에의 반기)로 들리는 것은 작가의 삶과 주인공의 삶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연애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정말 그것 밖에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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